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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돈은 금을 말한다. 영국의 금 보관소에서 탄생한 지급준비제도 그리고 금과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을 비교해 본다.
금(GOLD)
금을 최초의 교환 자산 즉 화폐로 사용한 기록은 6,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 갈 정도로 아주 오래되었다. 금이 이토록 오랫동안 화폐로 사용되어 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금은 구리와 함께 인류가 가장 먼저 발견하고 사용한 원소이며 주기율표에서 79번 AU로 표기된다. AU는 라틴어 aurum이 어원이며 붉은 혹은 빛을 뜻하는 aus에서 유래했다. 경도가 약하면서도 인장력이 강해서 아주 얇게 가공할 수가 있어 보석에 많이 쓰인다. 반응성이 낮아 높은 온도와 물에서 변하지 않고 산화되지도 않는다. 즉, 외형과 성질이 변하지 않는 안정화된 금속으로 피부에 닿아도 부작용이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희귀하다는 것이다. 금이 구리나 철만큼 흔하다면 화폐로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다이아몬드가 더욱 희귀하다. 하지만 금과 다이아몬드는 명확한 차별성을 가진다. 우선 금은 잘라도,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는 자르면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금보다 희귀한 금속이지만 화폐로 사용될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금은 누구나 나라에 신고하면 채굴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한정된 매장량, 거기에 외형은 아름답고 연성이 좋으며 변하지 않는다. 이 많은 금의 특징 중 금이 화폐로 사용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희귀성이다. 미국의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서 20년 안에 금의 채굴이 사실상 종료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금의 채굴이 종료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금의 가치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급준비제도
흔히들 말하는 지급준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알아보기 위해선 16세기 영국으로 가야 한다. 당시의 기축 통화는 금이었다. 영국의 금 보관소에서 고객들이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는 금을 이용해 대출업을 하게 된다. 이 사실이 소문이 나자 보관소의 고객들인 금의 원 주인들이 자신들이 금을 찾아가려 보관소로 몰려들게 되고 인류 최초의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스페인과의 전쟁으로 많은 자본이 필요했던 영국 왕실이 금 보관소들과의 협상 끝에 만들어낸 제도가 바로 지급준비제도 즉, 지급 준비율이다. 이로 인해 금 보관소들은 무사히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보관하고 있는 금중 일정 비율만 남기고 남은 금들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대출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들이 세계 최초의 은행이다. 이들은 유태인들이었고 '만'자가 들어가는 리만브라더스, 골드만삭스 등이 유태인들이 세운 은행들이다. 참고로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은 일반예금 7%, 장기예금 2%에 불과하다. 지난번의 포스팅에서 처럼, 지급준비율로 인해 우리가 은행에 맞긴 돈은 최대 10배 가까이 뻥튀기되어 은행의 사업에 사용된다. 국민 10명 중 1명씩만 은행에 있는 돈을 인출하면 모든 은행은 부도를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의 근거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금을 기준으로 본다면, 은행엔 1톤의 금만이 보관되어 있는데, 시중엔 10톤의 금이 유통되고 있는 것과 같다.
금과 비트코인
금과 비트코인은 매우 많은 요소가 닮아 있다. 이 둘의 공통점들을 찾아보자. 둘 모두 채굴량이 한정되어 희소성을 가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채굴량이 줄어들다 언젠가는, 사실상 채굴이 종료된다. 쪼개거나 나누어도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다. 누구나 채굴할 수 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닮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엔 금과 비트코인의 차이점을 찾아보자. 많은 양의 금을 멀리 옮기기 위해선 많은 힘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은 몇십 분 혹은 몇 시간 안에 지구 반대편까지 송금할 수 있다. 금은 연성이 있어 다른 금속에 비해 자르기가 용이 하지만, 비트코인은 자를 필요가 없이 소수점 이하 8자리까지 전송이 가능하다. 진짜 돈은 달러도 원화도 아닌, 금을 말하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수천 년간 진정한 돈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세상은 더 빨리 그리고 편리하게 진화하고 있다. 바로 디지털 금을 말하는 것이다.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제일 먼저 나왔기에 가장 오래되고 낙후된 블록체인 기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금에게 특별한 기능을 원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비트코인에게도 특별히 무언가를 원하지 않는다. 어쩌면 비트코인은 금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할 수 있다. 수천 년간 교류가 없던 모든 대륙에서 금을 기축통화로 사용해 왔듯, 비트코인 역시 국경을 넘어 지구의 모든 곳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될 때가 오길 바란다.